Wabisabi House I

개인적으로 집을 설계하기 전에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한다고, 가장 좋은 디자인 역시 현장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계를 시작하기 전 방문한 건축주의 대지는 너무도 평화로웠다. 나의 걸음소리에 저 멀리 달아나는 고라니도 보았고, 꿩무리의 푸드덕 날개짓에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아무것도 없어도 아름답고 평화로운 현장에 집을 지었을때 균형이 깨지진 않을까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하였다. 만약 집에 온실이 있고 테라스가 있어서 늘상 집밖의 평화로운 생동감이 방송처럼 펼쳐진다면 안빈낙도까지는 아니어도 세상의 부러울 것 없이 살지 않을까... 건축주의 취미활동인 화초를 이용하여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기로 하고,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을 마치 복문처럼 여러 레이어로 구분지어, 여닫을 수 있게 만들고, 그 사이에 화초가 자라도록 설계하였다. 테라스는 난로를 두어 늦가을과 겨울에는 폴딩유리로 닫아서 보온성을 높이고자 하였고, 봄과 여름엔 캐노피 아래 있는 기분이 들도록 하였다. 주방은 마치 우리의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테라스와 현관을 이어준다. 세 개의 매스는 아들내외가 머물다갈 수 있도록 작은 덩어리와 건축주 부부내외를 위한 큰 덩어리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주방겸 거실의 중간사이즈의 덩어리로, 겨울철에는 전체로 느껴지고, 여름철에는 각각의 덩어리처럼 보이도록 하였다.